시현아
세상은 준 만큼 거두어 가는 친구란다.
그 친구는 너무 소중해서 우리가 함부로 바꿀수도 없구 어길수도 없어. 오빠는 항상 여행을 다니잖아. 오빠는 우리 시현이의 일상에 있던적이 없단다. 그래 좀 더 크면 오빠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겠지? 오빠가 너보다 고작 10살이 더 많다고 하지만, 너가 태어나기 전 오빠에게 일어난 일들은 어른이 된 오빠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큰 아픔이야. 그래. 4년간 오빠는 병원 침대에 누워 꿈속을 해매고 있었어. 그 꿈 속에서는 오빠가 그렇게 찾던 행복을 보았단다. 가정의 화목 , 부모님의 행복... 근데 그 보물들은 손에 닿을 것 같으면서 닿지 않았어. 오빠는 생각을 했어
왜 신은 행복을 가져가는지, 왜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가는지, 왜 나는 수술대에 그렇게 올라야 했는지.. 오빠는 신이 없다는 걸 그 어린나이에도 쉽게 알아차렸단다. 시현아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단다. 오빠가 항상 긴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듯이 말이야.
가지고있으면, 그게 무엇이던 얼마나 많던 언젠가 잃어버리게 된단다. 많은 것을 가지려 하지 마렴.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삶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란다.
오빠는 아마 너무 많은걸 원했나 봐.
세상이 오빠의 모든걸 가져가버리려 하구 있어.
이제 오빠의 마지막 여행이야. 이번 여행에서 오빠는 행복을 찾아 떠날거야. 시현아 오빠에게 용기를 주렴. 나는 겁이 너무 많단다.
어머니 넉넉하지도 않은 형편에 이렇게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항상 사랑합니다. 시현이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이제 와서야 용서를 빕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