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4 02:23

찌질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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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무언가가 있을텐데

저는 이 노래만 들으면 제 찌질했던 모습이 생각이 나요.

 

군대 있을 때, 친구 만나러 대학교 놀러갔다가 알게 된 여자애 기억.

친구가 아는 여자애 하나 불러줄테니 셋이서 놀자 그래서 만난 여자였는데

그 날 처음 봤는데 아무 거리낌 없이 재밌게 놀았고

말도 잘 통하고 성격도 잘 맞는 거 같아서

군대 있을 때 전화도 자주 하고

휴가 나와서 걔랑 따로 만나기도 하고,

여튼 그러면서 점점 좋아졌어요.

저는 부산쪽 살고 여자애는 서울 살았는데

걔랑 둘이서 만나려고 서울까지 가보기도 했고

둘이서 밤에 한강 구경 갔던게 되게 기억에 남아요.

여름이었는데, 둘이 앉아서 맥주 한 캔 마시면서

한강 불빛 구경했었거든요. 

그 날 집 내려오면서 그게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그런데 제가 좀 용기도 없고

군인인데 무슨 여자한테 껄떡거리기나 하냐, 정신차리자, 

그러면서 혼자 연애했다 끝내기라도 한 것처럼 전화 연락도 뜸하게 하고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여자애도 서먹서먹하게 대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냥 인사치레로 연락 한 번씩 했었는데

어느 날 전화하니까 남자친구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들어온 신입생 중에 누구랑 사귀게 됐다면서.

그래서 잘 됐다, 축하한다, 그러고 끊었는데

그 뒤로 한 번도 연락 안 했어요.

그 때 전역까지 1년 남았었는데

1년동안 전화 한 번 안 하고, 그렇게 제대하고 바로 복학해버렸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어느 날 걔가 남자친구랑 지나다니는 걸 마주쳐서

어색하게 인사했는데, 참 기분이 설명이 안 되더라고요.

너무 부끄럽고, 괜히 여자애한테 죄 지은거 같고,

근데 사실 아무것도 없이 혼자 좋아했으면서 이러니까 더 자괴감 들고.

 

그래서 그 날 교내 라디오 방송에 이 노래를 신청곡으로 띄웟어요.

사연팔이 하면서. 오늘 제가 좋아했던 여자애 사귄지 1년되는 날인데

그 1년 축하하고, 그동안 잘 버티고 있는 나도 축하해주고 싶다고.

그랬더니 그게 라디오에 뽑혔어요. 

그래서 교내 방송국에서 언제 몇 시에 방송 나온다고 알려주길래

혼자 학교 벤치에 앉아서 이 노래를 들었어요.

여자애 이야기 담은 제 사연이랑, 좋은 인연 만나라는 DJ의 멘트랑,

그리고 이 우울한 노래까지.

그 날이 저녁이었고 바람이 약간 쌀쌀했던 것까지 

다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서 

이 노래 들을때마다 그 때 생각이 나네요.

 

여러분들도 뭔가 이런 추억이 떠오르는 것들이 하나씩 있겠죠.

저도 그런 걸 만나서 계속 이 노랠 듣는데

참 노래가 새삼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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