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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뇌 용량이 없을 때부터 친구였던 ㅁ이있다.
부모님끼리 이미 2n년차 친구였기 때문에
대를 이으면 벌써 우정으로 지천명을 조질 수 있다.

떡볶이를 먹으면 나는 어묵 ㅁ은 떡만 먹었었다한다.
물론 지금은 떡 건들지마 손모가지 날아가붕게.

때는 201n년, 내 전역과 ㅁ의 취업이 맞아떨어졌다.
촌놈들이 근 4년만에 서울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취업턱을 내겠다며 ㅁ은 자취방 근처 전집으로 불렀다.

빗물에 정수리가 뚫릴듯한 날씨였지만,
방금 제대한 군인은 꽁술을 버릴만큼 돈이 많지 않다.

오랜만에 본 ㅁ은 조금 차분해져 있었다.
원래 3대 지랄견 같았다면,
그날은 3시간 산책 후 3대 지랄견 같았다.
이 미세한 차이를 발견한 내가 대견해 그대로 말하니
이빨 뽑아다 실로폰 만들어주냐고 해 내가 입마개했다.

4년간 있던 얘기를 많이 나눴다.
나눴다기 보단 맨투맨 독백의 연속이었다.
내 질문은 기억나는데 상대방 대답은 기억 안난다.
지랄맞은 술자리였다.

이제 비운 술병이 시킬 술병보다 많아질쯤
지랄견이 담배를 태우자 그랬다.
ㅇㅋ하고 따라가다 박하사탕 하나 먹고 나가는데
지랄견이 없어졌다. 술이 너무 올랐나 도리질을 해보니,

정확히는 그 웰시코기만한 다리를 접질러,
역류한 하수도 위에 고인 물 위로 뻗어있었다.
지랄맞은 술자리였다.

지랄견은 ㅇㅑ 역ㅣ 숭녕장ㄷ도잇스엌ㅋㅋ앜ㅋ푸어푸
빨리 너도 들어와하며 스스로 동네 망신을 시키고 있었다.

그 장면을 조용히 찍은 나는 가게로 가 계산을 하고
냄새마저 지랄맞아진 지랄견을 부축해 큰길로 나갔다.
나가는 동안 지랄견은 가방을 놓고 온걸 깨달았는지
길을 잊을까 걸음 걸음 파전을 빚어내기 시작했다.
헨지럴과 그애팰이었다.
아쉽게도 헨지럴의 파전은 빗물에 씻겨 나갔다.
지랄맞은 술자리였다.

헨지럴을 태우려는 택시는 없었다. 운수업은 냉담했다.
주소를 물어도 우웩, 달래봐도 우웩 쏟아내는 파전에
지랄견은 전아일체의 경지에 도달했고
동이 트는 모습을 보며 결국 근처 모텔로 달려갔다.

모텔주인은 경찰을 부를까 고민하던것 같다.
시체로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듯
지랄견은 로비에도 파전을 부쳤다.
지랄맞은 술자리였다.

방에 들어가 신발을 벗기고 있으니
갑자기 지랄견이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날만은 광장시장보다 많은 파전을 부쳤으리라.
나오길 기다리며 바닥에 앉아있는데
소리가 멎은지 십수분이 지나도 인기척이 없다.
문득 다음날 뉴스 1면에,
동창생 살해범 A씨로 내 싸이 셀카가 걸릴것 같았다.
문을 열어보니 지랄견은
비워내던 변기에 머리를 쳐박고 파전린스 중이었다.

난감했다. 저걸 어떡할까.
옷은 입고있으니 일단 찍었다.
지랄아? 지랄아! 하며 뒷통수를 후리는 장면도.

결국 고민하다 옷을 다 벗기고, 세신에 들어갔다.
우리집 개가 중형견인게 다행이었고
지랄맞은 술자리였다.

씻길때부터 옷도 모두 손으로 빨고, 가운을 입히고
모든 과정을 행여 몰라 녹음해놨다.
라면에 계란 넣지 말라며 소리치는 것도
전남친 이름을 삼창하는 것도
물 온도 뜨겁다고 지랄하는 것도 모두 녹음됐다.
지랄맞은게 아니라 그냥 인간 자체가 지랄이었다.

나도 씻고 옷을 빤 뒤 바닥에 잠깐 누운거같은데
퇴실 시간 안내 전화가 왔다. 세시간이 지나있었다.
전화를 끊고 다시 누우려는데 지랄견과 눈이 마주쳤다.

지랄견의 하울링, 효과는(은) 굉장했다.

멘탈을 다잡고 핸드폰을 켠 뒤
모든 사진과 녹음을 들려줬다.
지랄견은 중간중간 미친 헐 아 시발 같은 소리를 냈다.

그러고선 야 너는 옆에 여자가 벗고 있는데 그걸 가만두냐
같은 개소릴했다.
우리집 개도 집에선 늘 벗고있다 라고 했더니
싸늘하게 재떨이가 날아와 꽂혔다.
지랄맞은 새끼였다.

결국 세시간 연장하고 냉면 시켜서 해장 후 나온 후
절대 비밀로 부치자, 나는 너를 믿는다.
아니면 강제로 입막음 할 수 밖에 없다며 주먹을 쥐길래
모든 파일을 지우고 인사를 건냈다.

그 후 몇번의 만남 중 개소리를 할때마다
아 이새끼 안달린거 봤는데 존나 달린거 같애;
라고 하면 그때마다 뭔가 날아와 꽂혔다.
맞는게 재밌는건지 놀리는게 재밌는건지
내 성향에 의구심이 드는 하루하루였다.

하지만 그런 지랄견도 벌써 애가 돌이다. 난 뇌가 돌이고.
예비 신랑과 첫 술자리에서 나는 슬픈눈으로 말했다.

ㅁ이... 비오는 날엔 술먹자고 하지 마세요...
왜요?
본인한테 물어보시고...전 힘들어서 말 못해요.

아직도 가끔 비오는 날이면 지랄견에게 전화가 온다.
남편이랑 한 잔 하려는데 너때문에 술을 안먹어준다고.
다음에도 기어 오르면 엔드라이브를 보여줘야겠다.

 


 댓글 새로고침
  • 돌아온탕자 2019.11.04 12:54

    재미따 ㅋㅋㅋ

    0 0
  • 오만과평경장 2019.11.04 13:10

    머릿속에 그려진다 ㅋㅋㅋㅋㅋ

    0 0
  • 이루다 2019.11.04 14:53

    진짜 야설같이 뻔한게 아니여서 재미있다ㅋㅋㅋㅋ

    0 0
  • 작가지망생 2019.11.04 15:42

    애가 돌이다라고 할때 둘이 결혼한줄알았는데...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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